本文へスキップ
エピソード1

chapter 1.

knowledgeable Bunting 56

눈이 부셨다. 아니, 그냥 눈부셨던 게 아니었다. 눈꺼풀을 간신히 열자마자, 내 앞에는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객실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린빛이 감도는 금박 몰딩, 어지럽게 뒤엉킨 덩굴무늬, 너무 잘 닦아놓아 형태가 아련해질 정도의 거울. 침대는—대체 이건 혼수용인가, 왕가 후손용인가—자잘한 꽃무늬로 덮인 고요한 풍경 한가운데 그 위엄스럽게 놓여 있었다.

정신 차려, 클레망스. 꿈도 이 정도면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손으로 볼을 꼬집어 보려다, 내 손에 감긴 레이스와 리본이 걸리적거렸다. 엄지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실크 감촉. 아, 이건… 우리 집이랑은 모든 게 다 달랐다. 아니, 우리 집이라기엔 내 방 좌측에는 붉은 커튼이 물결치고, 우측 테이블에는 도자기 인형 같은 꽃병이 정밀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섰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거울엔 생전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매끄럽고 하얀 피부에 선명한 호박색 눈동자. 살짝 움켜쥔 검은 머리칼. 장식이 과한 드레스 목깃이 어깨까지 올라와서, 숨쉬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게 뭐야. 나 지금 누구지?

머릿속 구석에서는 "VR 게임이야?" "악몽이겠지?" 같은 소리가 바뀌어 가며 울렸다. 하지만 손끝, 옷깃, 공기 속 촛농 냄새까지 너무 선명해서, 그 말도 되지 않는 해명이 힘을 잃고 구겨졌다.

침묵을 잠깐 깨트린 건, 문 지난 너머에서 들리는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였다. 바로 이어 "아가씨, 곧 메이드들이 조반 준비를 도울 거예요." 맑고 단정한 여성의 목소리. 이게 뭐, 시트콤이야? 못 들은 척 침착하게 허리를 폈지만, 속은 이미 저 멀리 혼돈의 늪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네…네, 조, 조반이요?"

목소리가 내 것 맞나 싶게 떨렸다. 그 와중에도, 내 말투가 이질적이라는 걸 하인들이 눈치채지는 않을까 걱정됐는지 입술을 한 번 꼭 깨물었다. 곧 잠긴 문이 열리고, 검은색 비단 앞치마를 두른 소녀가 공손하게 문을 밀고 들어왔다. 짙은 헤이즐넛색 머리칼을 단정히 묶은, 맑은 눈매의 하녀였다. 그녀는 눈길을 살짝 떨구고,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향해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십니다, 클레망스 아가씨. 오늘도 무탈하셔서 다행입니다."

성의 없는 미소가 튀어나오려고 했으나, 가까스로 표정을 다잡았다. 두 눈이 느릿하게 나를 훑는 그 시선을 피하려다, 갑자기 내 머리 위에서 드레스에 달린 깃털 장식이 휘청이는 걸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올려 정돈하는 척했지만, 속으론 "이런 옷도 사람이 입는 거 맞아?"라는 말이 솟구쳤다.

"…고, 고마워요. 저, 오늘은 어디…"

내가 말을 더 잇기도 전에, 하녀가 자연스럽게 다가와 커튼을 한껏 젖혔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햇살. 그 아래 드레스 자락이 바닥을 휩쓸었고, 나는 그 황당한 그림에 묶여버린 기분이었다.

하녀—나중에 알게 될 이름, 조제핀—은 내 눈치를 곁눈질로 살피다가, 조심스럽지만 딱 부러진 어조로 말했다.

"아가씨, 오늘은 정원 산책이 예정돼 있으세요. 어머님의 지시로, 오전 중에 숙녀 교습도 있으니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정원? 교습? 나, 아직 샤워도 안 했는데—아, 샤워… 욕실이 있을 리가 없지, 여긴…

나는 바닥 쪽을 흘끔 내려다보며 아무 의미 없는 말로 혼잣말을 얼버무렸다. "와… 진짜로… 미친 드라마 세트장 같은걸…"

조제핀이 고개를 아주 조금만, 눈길만큼이나 은은하게 치켜떴다. 분명히 내 중얼거림을 들었을 텐데, 딱히 반응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주 미묘하게 이해한 사람처럼, 속마음을 숨기는 미소가 스쳤다.

"혹시, 불편하신 점 있으십니까, 아가씨?"

그 눈빛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나는 가슴께까지 드레스를 끌어올리며 어설픈 체념을 삼켰다. "불편한 건 하나도 없네요. 다… 정말 완벽합니다. 그치만, 이 드레스, 숨 좀 쉬게 풀 수는 없나요?"

말 끝엔 내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현대 감각이 튀어나온 것치곤 나쁘지 않게 넘긴 걸까. 조제핀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

"조금 느슨하게 조여드릴 수는 있습니다, 아가씨. 하지만—"

그녀가 약간 몸을 기대며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어머님께서 엄하게 지켜보실지도 모릅니다. 아가씨께선 절대 피곤하신 티, 내시면 안 돼요."

이 짧은 대화 끝에, 잠깐이나마 어깨가 내려갔다. 내가 지금 이 어처구니없는 세계에 진짜로 들어와 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내 마음 한구석이 기묘하게 따뜻해졌다. 적어도… 이 하녀, 조제핀만큼은 진짜 내 편이 돼 줄지도 몰라. 그런 예감과 동시에, 창밖 정원 한편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와 벽 너머 미묘한 속삭임이, 아름다운 아침 공기 뒤에 숨어들었다.

"좋아요, 조제핀. 오늘은 좀 천천히 준비해줘요. 내 첫날이니까."

조제핀이 조심스럽게 내 드레스를 손질하고, 나는 속으로 이 ‘신세계’의 규칙을 시험해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낯선 방, 고요한 빛, 그리고 한 번도 불러 본 적 없는 내 이름. 하지만 어쩐지, 이제는 조금 덜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조제핀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버선발 소리 없이 내 뒤로 돌아섰다. 거울 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작은 손으로 버클을 능숙하게 다루는 어깨, 살짝 미간을 찌푸린 집중의 표정—이 뜻밖의 안도감을 줬다. 뻣뻣하게 조여정이던 리본이 한 칸 느슨해지자, 폐 끝까지 찬 바람이 들어와 잠깐 명치가 시원해졌다. 나는 속으로 “와, 찐 서비스”라며 짧게 감탄을 흘렸다.

“아가씨께선, 오늘… 궁정 숙녀들과 인사차 정원 산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조제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끝에 은은한 경계심이 묻어 있었지만, 내 상태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듯도 했다. “그 전에… 잠시, 아가씨께서 바라시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뭔가 의례적이면서도, 약간은 시험하는 어투였다. 나는 그 틈을 잡아늘리고 싶어, 일부러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난스레 물었다. “조제핀, 혹시 여기…신문이나, 뭐, 시집이라도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여긴…아, 책 같은 거 있어?”

조제핀의 눈동자가 달그락, 잠깐 흔들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의 피로 곧게 선 태도였건만, 입꼬리가 흐릿하게 올라가더니, 아주 짧은 순간 속눈썹 아래에서 호기심이 번졌다.

“아가씨께선, 책을 좋아하셨던가요?”

나는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원래의’ 클레망스라면 어땠을까 아찔하게 상상하다가, 되려 대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아니, 네. 시집이나 낡은 편지 같은 거라도… 보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조제핀은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이더니, 주섬주섬 침대 곁 작은 서랍으로 다가갔다. 안에서 오래 써서 모서리가 닳아버린 누런 책 한 권을 꺼내 조심스럽게 건넸다.

“이건… 예전에 아가씨께서 아껴두셨던 소네트집이에요. 아무에게도 쉽게 내어주지 않으셨지요.”

나는 의아하면서도 얼떨결에 두 손으로 책을 받았다. 표지는 무심한 레이스 자락에 파묻힌 채 서늘하게 손끝에 닿았다. 몇 장을 어설프게 넘기자, 인쇄된 활자 대신 아름드리 손글씨로 써내려간 시가 눈에 띄었다. 곡선이 유려하면서도, 사소한 오탈자가 군데군데 튀었다. 웃음이 났다—지금 내 글씨보다도 훨씬 유려한 이 시구들.

“아가씨, 혹시 필요한 게 더 있으실까요?” 조제핀이 다시 묻는다. 단정한 태도지만, 내 대답에 따라 그녀의 눈빛에 뭔가 불씨가 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창밖의 정원에서는, 금빛 햇살 사이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방 안 어딘가로 쏟아져 들어오는 낯선 바람과, 짙은 꽃향이 머릿속 깊이 번져들었다. 나는, 이곳에서 받아야 할 첫 교훈이 무엇인지 곱씹기 시작했다.

아주 조용한, 그 사이의 정적.

내 손 위에, 시집의 무게가 느릿하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문득, 방 밖 복도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와, 낮게 짓눌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출처를 가늠할 수 없는 그 대화에, 방금까지의 고요가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나는 조제핀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이, 이번엔 분명하게 굳어 있었다.조제핀은 몸을 멈춘 채, 작은 귀만 미세하게 문 쪽으로 기울였다.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그녀의 손끝에 잠시 힘이 들어간다. 그녀와 내 사이에 짙은 침묵이 일었다. 아까와는 다른 긴장감—방금까지 아련했던 아침 햇살이, 묵직한 구름 뒤로 숨어버린 기분이었다.

복도 건너편의 목소리는 조금 더 뚜렷해졌다. “그 아이 오늘도 기운이 영 시원치 않다지요?”—여성의 목소리, 단호히 누군가를 꾸짖는 색이 배어 있었다. 이에 맞서는 낮은 남자 목소리가, 어딘가 망설임을 담아 낮게 응답한다. “…마님, 아가씨께서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오니… 조용히 지켜봐야 할 듯싶습니다….”

대화는 어설프게 끊기고, 복도에는 다시 먼지 낀 침묵. 나도 모르게, 시집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조제핀의 눈이 내 표정을 살피다가, 아주 느린 동작으로 고개를 외면했다. 하지만 귓불이 흰 드레스 위에서 눈에 띄게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작게 숨을 쉬었다. “저 사람들, 누구야?”

조제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답했다. “어머님과, 집사의 목소리예요. …아가씨께서 오늘 부디 무탈하시길 두 분 다 염려하십니다.” 상냥한 듯 담담한데, 말 끝에 어딘가 조심스러운 떨림이 묻는다. 그러면서 재빨리 거울을 한 번 슬쩍 보고, 내 어깨 위로 흘러내린 검정 머리카락을 조심히 정돈해준다.

나는 그 손길에 작은 의지심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간신히 햇빛을 품은 방, 창밖의 그림자, 시집 넘기는 손. 이 세계의 규칙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지만, 누군가의 관심과 걱정이 얼마나 두꺼운 장막을 이루고 있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때 또 한 번, 복도 건너에서 발소리가 또렷하게 다가왔다. 그 소리에 맞춰, 조제핀은 순식간에 표정을 단단히 고쳤다. 그리고 책을 내 손에서 조용히 받아들고, 와락 안락의자 곁 서랍 속으로 감췄다. 한편, 내 코르셋 끈을 다잡으며 낮게 속삭였다.

“아가씨, 곧…누가 들어올 것 같습니다. 마음 단디… 준비하세요.”

나는 본능적으로 숨을 골랐다. 손등에는 아직 시집의 잔열이 남아 있었고, 가슴팍에는 익숙하지 않은 떨림이 내려앉았다.

희미한 노크 소리가, 방 전체를 다시 긴장감으로 물들였다.

次の物語
✦ 最新話まで読み終えました

現在公開されている最新話です。

作者が執筆中 — 通知を受け取って新着話を見逃さないでください

베르사유의 여름에 깨어난 소녀

+ 7

베르사유의 여름에 깨어난 소녀のストーリーチャット

と会話したいなら?この物語のキャラクターと会話しましょう — 彼らの声で交わすAI会話です。
message icon

この作品の他の話

全て見る
베르사유의 여름에 깨어난 소녀top serial

베르사유의 여름에 깨어난 소녀

knowledgeable Bunting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