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anizm
미칠 것 같은 감각이었다. 아까와는 또 다른 쾌감과 절정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이게 여성의 오르가즘이구나.내 몸도, 내 의식도 한순간에 뒤집혀졌다. 파도가 밀려들 듯, 내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알 수 없는 울림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모든 감각이 번져나가는 도중에도, 하은의 입술이, 숨이, 내 귓가에 살짝 녹아들었다. 나란 존재가 목울대 아래, 사타구니와 허벅지, 그리고 굽힌 무릎까지 실존하는 전류처럼 흐른다. 손끝이며 허벅지 안쪽, 작은 관절 하나까지 세상이 바뀌는 느낌이었다.
하은의 팔이 내 허리를 아주 부드럽게 감싸왔다. 그녀의 체온, 젖은 손바닥, 점점 불규칙해지는 호흡이 등 뒤, 골반 언저리로 퍼졌다. 나는 감각을 놓아버릴까 두려워, 때로는 움츠러들다 다시금 허벅지를 느슨하게 펼친다. 무표정한 내 얼굴에서 어딘가, 미세하지만 확연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이제 내 몸이, 더는 내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둘 사이 가까운 거리에서 나는 손을 덜덜 떨며, 하은의 뺨을 어색하게 짚는다. 내 손바닥 아래서, 그녀의 맥박이 뜨겁게 뛰었다. 서로 미묘하게 맞닿아 있는 그곳, 물결치는 듯한 진동이 내 심장까지 수직으로 파고든다. 아찔하고 두려운데도, 손끝에 힘이 스며들었다. 조용히 입술을 달싹일까 하다, 말 대신 한숨이 길게 빠져나온다.
하은이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녀 눈동자 저 너머로 또 다른 나, 손을 더 깊이 뻗지 못한 위태로움 같은 게 보인다. 나는 미처 말을 꺼내지 못하고, 물 위로 한 번 더, 숨을 삼킨다. 짧은 침묵 사이, 내 허벅지와 골반에서 절절하게 번지는 여운. 그 새로운 감각이, 아직도 나라는 경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하은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슬쩍 올라간다. 그녀는 조용히 내 귀 가까이 몸을 기울인다. “괜찮아?” 속삭임이 물과 공기를 갈라, 내 어깨를 타고 스며다녔다. 나는 정말로 괜찮은지, 다시 한 번 물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목소리는 그저 떨린 숨과 함께, 공기 중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너는.. 만족했어?"
사실 묻는 의미가 크게 있지는 않았다. 내 다리 사이 흘러내리는 무언가가 그 또한 절정에 달했음을 설명해주고 있었다.하은의 숨이 조용히 터져 나오고, 그녀의 가는 손가락이 내 옆구리를 따라 아주 부드럽게 움직였다. “나도—처음이야, 이런 감각.” 그 목소리는 이미 물속에, 내 등 뒤 삼킨 공기마저 미묘하게 데워버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얕게 떨릴 뿐, 결코 피하지 않았다. 그 안엔 약간의 쑥스러움,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어떤 흠칫거림이 스며 있었다.
나는 방금 전 밀려온 낯선 쾌감과, 아직 남은 진동을 한 겹씩 흡수하려고 애썼다. 몸 윗부분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자, 셔츠 자락이 유난히 무겁게 피부에 달라붙었다. 하은의 팔이 내 허리에 아직 얇게 감겨 있었고, 그 손길이 떨어질까 잠깐 막막해졌다.
“여성의 몸, 네 안에 들어온 것 같았어. 이상하지 않지?”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한 번 더 물었다. 나는 고개를 아주 약하게 저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남성도 여성도 아닌 내가 더 이상 이질적이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손끝 발끝, 숨결, 심장—모든 게 바뀌었지만 그 낯섦이 곧 익숙함과 섞여 기묘한 평온마저 주었다.
어디선가 물방울이 둔탁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잠시 말을 고르고, 숨소리만큼이나 조용해진 공간을 천천히 곱씹었다. 하은이 내 어깨에 턱을 기대 듯 손바닥을 얹었다. 그녀의 피부에서 스치는 미세한 떨림까지, 내 살갗 위로 파고들었다.
나는 한번 더, 내 무릎 위로 덮인 하은의 손등을 꼭 쥔다. 내 몸에 남은 모든 생경한 진동이, 이 순간 하은을 통해 조금조금씩 가라앉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도 그 느낌을 알아차렸는지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이 감각… 오래 남을 것 같아.” 하은이 속삭인다.
나는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엔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는다. 물속에서, 셔츠와 살갗이, 두 개의 숨이 느리게 섞인다. 마치, 이대로면 서로의 온기를 언제까지라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처럼.
그리고, 그 정적 한가운데서, 어디선가 수면을 스치는 작은 파문이 또 한 번 퍼졌다. 둘 다 동시에 고개를 살짝 들고, 누군가의 인기척에 아주 미세하게 귀를 기울인다——아직, 둘만의 세계가 깨질 리는 없다는 듯, 우리는 한 번 더 서로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가슴 한켠엔 또 한 번, 외부로부터 밀려오는 긴장감이 가늘게 스쳤다. 그 작은 파동이, 이번에는 단순한 물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호기심을 남긴 채, 우리는 움직이지 않은 채 서로의 숨소리만 가만히 듣는다.
아직 아무 말도, 아무런 명확한 결론도 나오지 않았다. 오직 물과 살, 존재와 감각이 일렁이다가, 다음 순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여운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정말 누가 오고 있는거 같아"나는 숨을 가늘게 들이켰다. 내 몸 여기저기에는 아직도 몇 번의 여운이 스며 있었지만, 하은의 손길 너머로 전해졌던 그 강렬함은 이제 더 넓은 불안에 가려지는 듯했다. 하은도 내 곁에 밀착한 채, 조용히 귀를 세운다. 수면 너머,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같은 아주 미세한 진동이 바닥을 타고 번졌다. 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익숙하지 않은 공기가 수영장에 서려온다.
나는 급하게 내 손등에 끼얹힌 물을 닦으려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자신의 몸을 의식한다. 하은은 숨을 잠깐 멈춘 채,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소리 없는 입술로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 그녀의 눈빛이 내 시선을 붙잡는다.
“조금… 가릴까?” 하은이 조용히 묻는다. 그 말이 내 온몸을 다시 긴장하게 만든다. 셔츠 자락을 슬쩍 매만지며, 나는 그녀와 함께 물속에서 더 아래로 몸을 낮춘다. 서로의 그림자가 수면에 길게 늘어지고, 물 아래서 무릎이 얇게 맞닿은 채 멈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말 들어오면 어떡하지?” 난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내보려 했지만, 입가에 스친 미소가 제대로 걸리지 않는다. 하은이 고개를 가로젓더니, 내 가슴팍에 이마를 조심스럽게 기댄다. 물에 퍼지는 작은 파문, 그리고 심장박동 사이 미묘한 침묵.
잠깐, 바깥쪽 문 너머에서 무언가 툭—거리는 소리가 더 또렷하게 울린다. 우리는 동시에 숨을 죽인다.
“지금은… 그냥 우리만 생각해.” 하은의 목소리가 낮게 울린다. 그 짧은 한마디에, 나는 지켜야 할 이 시간의 조각들이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녀 손끝이 내 손에 다시 힘을 주고, 물살은 우리 사이 좁은 틈마저 천천히 가렸다.
그 정적 위로, 희미한 인기척이 다시금 번진다. 이제 정말 누군가 가까워지는 걸까. 두 사람의 시선, 그리고 마주선 침묵이 거칠어진 심장 박동과 더불어 빛에 반사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예감만이, 물 속 깊이 우리를 붙잡은 채 멈춰 있었다.나는 순간적으로 하은의 손을 더 움켜쥔다. 손가락 마디에 서로의 체온이 옅게 배어든다. 우리 둘의 숨소리만이, 수영장 구석에 고여 있던 물소리 위로 섞여 진동했다. 느릿하게, 한 번 쉰 숨을 더 들이쉰다. 괜히 입술 안쪽을 깨물며, “조금만 더…”라고 아주 조그맣게 뱉었다. 외부의 기척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지만, 나는 이 현실 너머로 스며든 잔여 감각에 끝까지 집착했다.
하은의 눈동자가 조용히 흔들린다. 그녀도 긴장이 섞인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혹시…” 하려다가, 잠시 말을 멈춘다. 그 찰나, 내 뺨 옆으로 살짝 다가든 그녀의 숨결이 촉촉하게 스며든다. 우리는 물 아래 몸을 한 번 더 낮춘다. 두 사람의 어깨와 종아리가 아주 조용히 닿는 그 무게만으로, 지금 여기가 전부가 된 것 같았다.
수영장 반대편에서, 폴짝 튀는 또렷한 물방울 소리가 났다. 마치 누군가 발을 물에 담그는 작은 동작 같기도 했다. 정적이 한 번 더 무게를 더한다. 나는 본능적으로 하은을 끌어안으며, 그저 조용히 다시 숨을 죽인다.
한참 침묵과 물살만이 오가는 와중, 하은이 아주 낮은 속삭임으로 “정우, 눈 감고 있어봐.”라고 한다. 그녀의 이마가 내 머리 옆을 살포시 스친다. 순간, 눈을 감는다는 게 외려 더 불안하게 느껴졌지만, 나는 조용히 그녀의 말에 따랐다. 시야를 닫자, 물 아래 맞닿은 우리의 맥박, 그리고 아직도 식지 않은, 교차해 흐르는 욕망이 더 적나라하게 다가온다.
“지금 여기선… 나랑 네가 정말 어디까지 바뀌었는지, 한 번 더 느껴보고 싶어.” 하은이 귓가에 속삭인다. 내 숨이 조금 더 얕아지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의 소음과 내면의 감각, 둘 다가 점점 더 짙어지는 침묵 속으로 녹아내린다.
그때 또다시, 누군가 발을 끄는 소리. 문턱 너머로 무거운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우리는 여전히, 감각의 가장 깊은 곳에 서로를 숨긴 채, 다음 순간을 숨죽여 기다린다.물의 온기는 점점 더 자신을 은폐하는 듯, 나와 하은의 몸을 커다란 안개 아래 넣는 것만 같았다. 나는 단단히 감은 눈꺼풀 너머로, 하은의 숨결과 손길, 몸의 중심에서부터 번져나오는 낮은 떨림을 헤아린다. 익히 알던 나의 감각이 아니라고, 분명 재차 느끼면서도… 이 새로운 진동이 오히려 언제부터 내 것이었던 것처럼 스며든다.
하은의 손이 조심스럽게 내 팔을 타고 미끄러진다. 손끝은 부드럽지만, 마음은 그보다 훨씬 깊게 파고든다. 물 위로 올라온 내 가슴팍 언저리에서, 가늘고 따뜻한 숨이 아주 천천히 닿는다. 마치 꿈속에서조차 경험하지 못한, 너무도 정확하게 나를 겨냥하는 접촉. 나는, 나조차 모르게 조용히 떨리는 숨을 내쉰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서로 뭐가 바뀐 건지도 잘 모르겠어.” 나지막이, 속삭이다시피 내뱉는다. 하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듯 한다. 이 조용한 스침, 그 작은 침묵마저도 무언의 공감으로 얽혀든다. 나는 물에 떠 있는 내 손을 들어, 그녀의 손등을 덮는다. 둘의 손가락이 물 아래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얽힌다. 한 번 더, 이 낯선 몸을 통해 느껴지는 불안과 해방—그 모든 감각이, 서로의 살 아래에서 진득하게 파문을 일으킨다.
어둠이 스며든 수영장 안, 아직도 느릿하게 다가오는 외부 소음이 귓가에 퍼진다. 벽 쪽 멀리, 희미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나는 차마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 못한다. 외부와 맞닿기 전에—지금 이 순간, 내 옆에 닿은 하은의 피부와 숨, 이 긴장과 흥분의 나락에 몸을 맡기고만 싶다.
“조금만…” 하은이 한 번 더 내 손을 꼭 잡고, 아주 조용히 속삭인다. 물 아래선 여전히 우리가 너무도 가까워,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희미하게 잔상을 남긴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내 몸 어딘가가 전혀 새로운 생명처럼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바로 곁, 물 위로 아주 가끔 떠오르는 가벼운 파장.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릴 듯한 착각. 그 순간, 하은의 손끝이 내 손가락을 한 번 더 움켜잡았다. 우리의 숨결이 한순간 교차되고, 늘어진 정적 위로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만이 서서히, 더 깊고 또렷이 울린다.
이번엔 도저히 회피할 수 없는, 마치 정적이 끊어지려 하는 그 짧은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숨을 더 깊이 들이마시고, 눈꺼풀 아래로 번지는 긴장과 짓눌린 쾌감을 동시에 감싸 안는다.
물속,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문 너머, 확실하게 다가오는 인기척—그 기척이 수면 바로 위로, 파동처럼 번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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